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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생 스터디 - 이사하기 (2)[일기]/생활상 2025. 12. 9. 21:21반응형
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사를 3번째 준비한다. 나만의 버릇이 있다면 이사를 온 집에 별칭을 지어준다는 것이다.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건물 이름을 따서 '에비'라고 부른다. 일본어로 새우 같기도 하고 부르기도 쉽다.
에비에서 지내는 동안 무엇을 이루었는가? 생각해 보면, 그동안 전 집에 살 때보다는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많았다는 점 같다. 거창하게 무엇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, 베란다 문을 열고 거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을 볼 수 있다. 날씨가 좋을 때면 먼 하늘까지 통으로 보여서 산에서 보는 풍경과도 같았다. 이런 일상은 남들이 보기에 쓸데없는 걱정거리로 머리가 꽉 찬 나에게는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고마운 순간들이다.
다만, 이사를 하여서 홀가분한 것들도 있다. 바로 벽간소음인데 윗집인지 아랫집인지(또는 2개 층 아래인지 모를) 매일 23시경 물건을 떨어뜨리고 문을 쾅쾅 닫고, 세탁기를 돌리는 그 모든 소음이 서라운드로 들린다. '좋은 게 좋은 거야', '저 사람은 이 시간밖에 여유시간이 없는 거야'로 위안을 삼고 눈을 감지만 잠은 도통 오지 않는다. 다음 집은 층간 소음이 없는 곳으로 가야겠다 마음먹게 한 곳이다.
나는 첫 시작의 설렘보다는 마지막의 아쉬움이 큰 사람이다. 에비에 왔을 때의 설렘은 이제 거의 없어지고 그게 마지막이라는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게 자리 잡았다. 이사 박스를 주문하고 온 지 1주일이 지났지만, 아직 단 하나의 짐도 싸지 못했다. 짐을 싸기 시작하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들까 봐 그런 것일까. 짐을 빼야 하는 하루 전까지 미루고 미루다 연차를 쓰고 본격적으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. 중간중간 쉬고, 식사도 하면서 10시간 만에 모든 짐들을 쌌다.
TV, 옷장, 책상 그 외 가전제품들을 포함해서 모든 짐들을 옮기는 데 2시간이 걸렸다. 그 사이 다음 세입자가 와서 짐이 빠지면서 햇빛으로 채워지는 빈 에비를 보고 있었다. 그는 다른 지역에서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다 너무 힘들어 이곳에 이사를 온다고 했다. 별거 아닌 설명-냉장고는 옵션이라 안 가져가요. 최대한 깔끔하게 썼는데 청소는 하시는 게 좋아요 등-에도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는 것을 보면 새로운 설렘이 그에게 가득 찬 것일까.
친구 집에 버릴 가구가 6개가 있다고 한다. 짐을 옮기는 사장님께 부탁하여 6개의 짐을 옮겨 같이 버리고 빠르게 도와주셔서 논의했던 금액보다 5만 원을 더 드리고 음식도 대접했다. 단순히 일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닌 보람을 느끼셨길 바라며.
이제 2달간 친구 집 방 하나에 몸을 담고 지내야 한다. 동시에 전세 대출도 알아보고 부동산에 궁금한 것도 물어봐야 한다. 다시 멍청한 질문맨이 되겠지만 전세 사기는 무서우니까.반응형'[일기] > 생활상' 카테고리의 다른 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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